대구광역시 달서구 유가면 용봉1리에는 허 아무개씨(72)가 살고 있었다. 허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돼 월 38만원씩 면사무소에서 지원을 받아왔고, 평소 공병과 폐지를 주어 간신히 생계를 이어갔다. 허씨의 아들은 가정불화로 인해 수년 째 별거상태였고, 두 딸은 아버지에게 맡겨 살도록 했다. 허씨와 손녀들은 월세 5만 원짜리 단독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다.
지난 2008년 5월30일 새벽 4시10분쯤 허씨의 집에 괴한 1~2명이 침입했다. 이들은 “당신은 맞아야 해”라면서 주먹과 발로 허씨의 얼굴 등을 사정없이 때렸다. 다른 방에는 허씨의 손녀들이 잠들어 있었다. 갑작스런 비명소리에 놀란 허씨의 큰 손녀 은정양(당시 12세)이 할아버지의 방으로 가서 괴한을 말렸다.
괴한의 침입과 납치
이때 허양과 함께 자고 있던 여동생(당시 9세)도 잠에서 깼다. 언니가 방에서 나간 후 “이러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러지 마세요”라고 한 번 더 말하자 이번에는 “까불지 마라”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괴한은 허양을 끌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잔뜩 겁을 먹은 허양의 동생은 전화 수화기를 들고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먼저 아빠에게 전화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앞집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수신자 부담으로 와서 이상하게 생각해 받지 않았다. 그러다 몇 차례 다시 오자 그때 받았는데 “할아버지가 다쳤고 언니가 사라졌어요. 마루에 피가 있어 무서워요”라며 다급하게 말했다. 앞집 사람은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허양의 동생은 이렇게 새벽 4시54분부터 5시6분까지 12차례에 걸쳐 전화통화를 시도해 가까스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119 구급대가 도착했을 당시 허씨는 방안에 쓰러져 있었다. 이상한 것은 허씨가 쓰러져 있을 당시 마치 시신을 덮어 놓은 것처럼 이불이 얼굴까지 덮어 놓은 상태였다. 범인은 허씨가 실신한 것을 사망한 것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집 안에서 없어진 물건은 없었다. 허씨가 폐품을 팔아 간신히 생계를 유지해 온 것을 감안하면 금품을 노리고 침입한 것은 아니라는데 무게가 실렸다. 허양을 납치한 후에도 금품을 요구하는 협박전화도 없었다. 또 괴한은 침입 당시 흉기를 소지하지 않고 있었다.
마을 주변 탐문을 통해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 사건 전날 오후 4시쯤 허양의 집 담 너머로 집안을 훔쳐보던 키 180cm의 남자가 주민들에 의해 목격됐다. 주민들은 “뒷모습만 봤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 이상한 점은 허양의 집에서 키우던 개다. 이 집의 개는 평소 대문 앞에 묶여 있었고 사납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그날은 개 목줄이 끊어진 채였고, 짖지도 않았다.
사건 당일 허양의 집 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으나 미닫이 현관문은 잠그지 않은 상태였다. 담은 1.7m 정도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는데, 뒷담이 무너져 내려 있었다. 범인이 집안으로 침입하기 위해 담을 무너뜨린 것인지, 이전부터 무너져 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유일한 목격자 허씨의 수상한 진술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할아버지 허씨였다. 그런데 허씨는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손녀가 끌려간 급박한 상황인데도 횡설수설하며 진술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말을 할 때마다 달라졌다. 첫 번째 조사에서는 괴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다”라고 증언했다가 두 번째는 “모르는 50대 남자 한 명이었다”, 세 번째는 “안면이 있었던 30~40대 남자 한 명과 모르는 사람이었다. 갑자기 집으로 들어와 ‘당신을 때리러 왔다’고 말하며 마구 폭행했고, 나머지 한 명이 손녀를 끌고 갔다”며 말을 바꿨다.
아무리 경황이 없었다고 해도 괴한이 한 명인지 아니면 두 명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반복해서 말을 바꾼 것은 석연치 않다. 허씨는 분명 괴한을 알고 있고, 무언가를 감추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경찰은 이런 정황을 토대로 “면식범에 의한 원한관계 범행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허씨와 따로 살던 허양 부모의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집중 조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단서는 찾지 못했다. 범인은 발자국 등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허양의 집에서 발견된 3~4개의 DNA와 주변인물 등과 대조했으나 일치하는 사람이 없었다.
수사하는 경찰도 답답할 노릇이었다. 집에 괴한이 침입해 집주인을 폭행하고 초등학생 손녀를 납치해 갔는데도 단서가 아무것도 없었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사건 발생 5일째인 6월3일 경찰은 실종아동경보 시스템인 앰버경보를 발령하고 각 경찰서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수사 전담팀을 수사본부로 격상하고 수사 인력을 대폭 보강했다. 그리고 허씨의 증언을 토대로 몽타주를 만들었다. 비공개를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허양의 사진과 신체특징이 담긴 전단지 1만7000장과 용의자의 몽타주가 실린 전단지 2만5000장을 만들어 배포했다. 500만원의 현상금도 내걸었다.
공개수사로 전환한 날 허양이 평소 가깝게 지내던 동네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는 제보가 나오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경찰은 전화를 받았다는 중학생 자매를 상대로 진위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CCTV 화면 분석, 통신내역 조회 결과 중학생 자매의 허위진술로 밝혀지면서 경찰은 귀중한 시간만 낭비하고 말았다.
또 “나는 탈출했다. 돈이 없으니 나를 데리러 와 달라”는 거짓 통화 내용이 걸러지지 않고 알려지면서 “자작극이 아니냐” “단순 가출일 수도 있다”는 등 수많은 억측이 난무해 수사의 혼선만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딸과 따로 사는 허양의 아버지는 한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경찰이 딸이 납치된 게 아닌 것처럼 수사하고 있다”며 항의했다.
인근 야산에서 시신 발견
경찰은 허양을 찾기 위한 수색을 더욱 강화했다. 집 주변과 반경 5km를 수색범위로 설정하고 경찰 헬기와 119구조견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그리고 사건 발생 13일째인 6월12일 유가면 용봉리 비슬산 자락인 용박골 6부 능선에서 허양이 입고 있던 반바지와 티셔츠 등 옷가지를 발견했다. 허양의 집에서 약 2km 떨어진 지점이다. 오후 5시쯤에는 300m 위쪽인 8부 능선 골짜기에서 119 구조견이 허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당시 시신은 계곡 옆으로 난 임도에서 5m 떨어진 비탈길 나무에 걸려 알몸 상태로 엎드린 채였다. 안면부와 상반신이 심하게 부패돼 뼈만 남아 누구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고, 하반신은 피부가 남아 있는 가운데 부패가 진행 중이었다.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상태였다. 머리와 우측 팔에 6㎝ 정도의 금이 가 있었지만 어느 시점에 발생됐는지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은 시신의 부패 정도를 감안해 납치 당일 살해한 뒤 계곡으로 던진 것으로 추정했다.
허양의 속옷(팬티)은 옷이 발견된 지점에서 150m쯤에서 아래에서 발견됐다. 범인은 왜 속옷만 따로 다른 지점에 버렸는지도 의아하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허양이 신발을 신지 않은 맨발 상태였던 점에 미뤄 납치범이 인근에서 허양을 살해한 후 이곳으로 옮겨와 유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허양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무사귀환을 바라던 시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수사초기 일관성이 없는 할아버지 허씨의 진술과 허위 제보 등에 매달려 수사에 혼선을 빚어온 경찰. 뒤늦게 대대적인 수색에 나선데 이어 집주변에서 시신이 발견돼 부실 수사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미궁으로 빠진 수사
경찰은 허양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다. 그러나 부패 정도가 심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지 못했다. 정액 검출도 불가능해 성폭행 여부도 알 수 없었다.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지점을 중심으로 감식에 나서 모발과 체모 등 240여 점을 수거해 국과수를 통해 분석했다. 시신이 알몸 상태인 점을 감안해 범인이 성폭행을 목적으로 허양을 납치했거나 정신이상자의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것을 토대로 허양 주거지 인근 30~40대 남성 321명을 대상으로 구강조직 시료를 채취해 시료와 대조했으나 일치하는 사람이 없었다. 경찰은 용의 선상에 오른 인물들의 거짓말탐지기 조사, 통신자료 분석, 용의자 이동경로 폐쇄회로(CCTV) 등을 조사했으나 용의자의 단서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수사는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경찰의 마지막 희망은 유일한 목격자인 허양의 할아버지. 그러나 계속된 진술 번복, 증언의 신빙성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 경찰은 허씨에 대해 두 번에 걸쳐 사건 당시를 재현하도록 했고, 심지어는 최면수사까지 벌였는데도 유의미한 내용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할아버지 허씨는 사건 발생 84일 만에 지병인 폐질환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유일한 목격자가 사망하면서 수사는 절망적인 순간에 다다랐다. 허씨의 진술에 의해 만들어진 몽타주도 진술번복이 여러 차례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신뢰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용의자를 특정한다고 해도 대질할 사람도 없었다.
결국 이 사건은 현재까지 미제사건으로 남고 말았다. 경찰은 1만2000명의 병력을 동원했으며 수배전단지 2만5000부를 전국에 배포하고 1000만원의 신고포상금까지 내걸었다. 그러나 용의자의 윤곽조차 찾지 못한 채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허양의 여동생은 사건이후 어머니가 데려갔다. 허양이 살던 집은 마을 전체가 테크노폴리스 사업지구로 포함돼 개발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혼자 남겨진 여동생은 어머니가 데려갔다. 그러나 마을 전체가 테크노폴리스 사업지구로 포함된 탓에 조만간 이 집도 철거될 운명이다.
현재 이 사건은 대구지방경찰청 미제사건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2007년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언제든 범인을 검거하면 처벌이 가능하다.
<사건 추리>
1. 계획적? 우발적 범행?
: 이 사건은 범행의 목적이 불분명하다. 폭행, 살인, 납치, 성폭행 등 어느 것도 단정할 수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허양의 집에서 없어진 물건은 없다. 또 범인은 흉기를 소지하지 않았다. 허씨를 살해하려고 했다면 흉기를 들고 조용히 들어와서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데도 다른 방에 손녀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큰 소리를 내며 폭행했다. 또 성폭행이 목적이었다면 손녀들이 자는 방에 침입해야 한다. 손녀 둘이 함께 자고 있었기 때문에 한 사람을 제압한 후 범행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범인은 위협수단인 흉기를 소지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사건의 범인은 그렇지가 않았다.
2. 범인은 몇 명일까?
: 지금까지도 범인의 숫자는 확실하지 않다. 유일한 목격자인 허씨의 진술이 “한 명이다” “두 명이다”라며 오락가락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인은 한 명일 가능성이 높다. 허씨의 첫 진술에서는 “잘 아는 사람”이라고 했지 두 명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허양의 동생도 “두 명”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두 명이 새벽에 침입했다면 범행은 우발적이 아니라 ‘계획적’이어야 한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 아래 진행됐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범행의 진행 경과를 보면 ‘계획적’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없다.
3. 허씨의 진술은 왜 오락가락했을까?
: 이 사건의 최대 의문점 중 하나다. 허씨는 자신이 폭행당하고 심지어 손녀가 납치당했는데도 소극적인 행동으로 일관했다. 범인 숫자를 오락가락 한 것도 의아하지만 범인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경찰은 허씨의 진술을 받기 위해 밤낮으로 간병인을 들이고 형사들이 병시중까지 거들었으나 끝내 입을 여는 데 실패했다. 허씨의 이런 행동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말 못할 사정이 숨어 있을 것이다. 허씨는 분명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수사기관은 관련자들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는지부터 파악한다. 사람의 기억은 꾸미지 않는 한 바뀌지 않는다.
한 번 시작한 거짓은 새로운 거짓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결국에는 자신이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조차 헷갈린다. 이에 반해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을 가진다. 허씨의 진술에는 일관성이 없다. 이것은 허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허씨의 오락가락, 일관성 없는 진술, 즉 거짓말은 분명 누군가를 감싸고 보호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다. 그렇지 않다면 범인이 드러나면 자신에게 불리한 어떤 것이 드러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범인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꺼린 것도 이런 이유다.
4. 범인은 왜 허양을 끌고 갔을까?
: 필자가 보기에 범인은 허씨에 대한 ‘분노’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그게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허씨의 태도로 보면 마치 당연하다는 듯 감내하고 있다. 경찰도 여러 정황을 토대로 범인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판단했다. 범인이 “당신은 맞아야 해”라고 한 것도 분노에 이끌려 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둘째 손녀의 도움요청에 따라 119구급대가 도착했을 당시 허씨는 실신한 채로 방에 누워 있었고, 그 위에 마치 시신을 덮은 것처럼 이불이 덮인 상태였다. 범인은 허씨가 실신한 것을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고, 상당히 당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범인이 보기에 때마침 방에 들어선 허양은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됐다. 이를 감추기 위해 순간적으로 허양을 위협해 끌고 갔을 것이다. 방에서 나가기 이불로 허씨의 얼굴까지 가지런히 덮고 나갔다는 것은 가족 이상의 친분 또는 애증이 있는 사람일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신장 158㎝에 52㎏’인 허양이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끌려간 것에 많은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폭행을 당해 살해당했다고 생각했다면 말이 달라진다. 범인은 분명 “순순히 말을 듣지 않으면 너도 죽여 버리겠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네 동생까지 죽이겠다”등으로 위협하면 당시 상황에서는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다.
5. 살해시점은 언제?
: 범인은 허양을 얼덜결에 집에서 끌고 나왔을 것이다. 허씨를 죽였다고 생각한 범인의 입장에서는 살인현장 목격자인 허양을 살려 둘 수 없는 것이다. 당시는 동이 트고 있었기에 빨리 마을을 벗어나 허양을 살해해야만 했다.
한창 모내기를 하던 때라 논을 가로질러 가지 못하고 농로를 통해 산으로 움직였을 것이다. 더욱이 허양이 끌려나올 때 미쳐 신발을 신지 못해 맨발인 상태였다. 마을 위치를 보면 허양과 범인은 가장 가까운 산으로 들어갔고, 산 아래 평지에서 등산로를 따라 900여m 부근에서 살해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도 시신의 부패 정도 등을 감안해 허양이 납치 당일 오전에 살해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허양의 시신이 알몸 상태인 것은 성폭행 정황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최초 범행이 성폭행이 목적이 아닌데다 당시 여러 정황과도 맞지 않다. 국과수 부검에서도 정액 등 성폭행 흔적은 발견되지 않했다. 물론 시신의 부패 상태와 정액이 몸속에서 검출 가능한 72시간이 훨씬 지났기 때문인 것도 있으니, 성폭행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는 힘들다는 전제가 있다.
그런데 범인은 돼 허양의 옷을 벗겼을까. 필자가 보기에 범인은 허양의 시신이 빨리 발견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왜냐면 일단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보면 알 수 있다. 허양의 시신은 비탈길 나무에 걸쳐 있는 상태였다.
범인이 허양의 시신위치를 숨기려고 했다면, 시신이 발견되지 못하게 위장했어야 하는데도 그렇지가 않았다. 범인은 허양을 살해한 후 옷을 벗겼고, 산을 내려오면서 1차로 반바지와 티셔츠를 버렸다. 그런 다음 다시 150m를 내려와 속옷(팬티)을 버렸다. 시신에서 옷을 벗겨 그 아래로 내려오면서 놓았다는 것은 시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6. 범인은 누구일까?
: 유일한 목격자인 할아버지 허씨의 태도로 볼 때 범인은 아는 사람이다. 특히 손녀가 납치된 상황에서도 범인에 대해 침묵한 것은 가족 이상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허양이 할아버지 방에서 한 말에도 단서가 있다.
허양은 비명을 지르거나 “누구세요” “살려주세요”라는 말 대신 “이러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이것은 허양 또한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굳이 협박이 없었더라도 순순히 따라가야만 하는 상황이 됐는지도 모른다.
범인이 방에서 나올 때 허씨의 몸에 이불을 얼굴까지 덮고 나온 것은 최소한의 예의를 표한 것이다. 아울러 시신 유기 장소와 옷가지가 발견된 형태 등을 볼 때 범인은 할아버지 허씨도 알고 있고, 손녀인 허양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시신 유기 장소도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게 누구일까?